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꽃잎을 열지 않는다
즐팅이
2013. 3. 31. 02:39
-시와 시학 2010년 여름호
꽃잎을 열지 않는다
그녀가 사는 위성에는 침묵이 없다. 희망을 베고 잠드는 밤, 등에 닿은 벽이 위성에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차가운 바닥에 닿은 그녀의 귀가, 떠났다 돌아오지 못하고 어슬렁거리는, 달빛의 소리를 듣는다. 옹그린 골목, 창백한 아침이 온다. 아이를 보육원에 맡긴 그녀가 붕어빵의 반죽을 섞는다.
삼거리 한 평의 양어장, 그녀는 황금붕어를 굽는다. 낯익은 위성인에게 한 마리를 더 잡아, 덤으로 얹어준다. 손님이 뜸한 물컹한 시간, 지느러미 퍼덕이다가 모양이 일그러진 황금붕어를, 점심 대신 베어 문다.
반죽 통을 들어다 주고 막창집 김씨가 쭈뼛하다가 돌아서 간다. 처마 끝에 골목등이 절뚝인다. 옆집 여자가 부엌문을 열고 내다본다. 남은 황금붕어 몇 마리를 건네고 그녀가 문을 닫는다. 단단한 고리를 걸고 꽃잎 속으로 갇히는 그녀, 막창집 구석방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녀가 사는 위성에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