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신 귀거래新歸去來

즐팅이 2013. 3. 31. 02:47

 

-애지 2010년 여름호

 

신 귀거래新歸去來

 

 

오롯이 해체 되었다. 기억은 끊겼다. 몇이 섬 공터에 던져졌는지.

멀쩡해 보이는 몇몇이 눈만 멀뚱히 뜬 채 뭍으로 실려 왔는지.

종이 다른 족속들과 어떻게 이어지고 조여졌는지.

오오 피돌기를 시작한 몸, 가렵다. 이식된 뼈들이 시끄럽다.

기억은 완만하게 이어지고 눈꺼풀이 올라간다.

기억의 한 귀퉁이가 함몰 한다. 바다가 소실된다.

용골은 흙 속에 박혀있고 지렁이들이 지나며 톡톡 건드려 본다.

능선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갑판에 걸터앉으며 낯 설은 냄새.

썰물에게서 막 빠져 나온 개펄의 몸 냄새가 아니다.

뱃고동이 운다. 귀는 먹먹해지고 소리는 없다.

커피포트가 연거푸 그륵그륵거린다. 환청일 게야.

선주가 나르고 있는 맥주의 하얀 포말

밀물의 속살이다. 농을 걸 뻔 했다.

멀미가 난다. 너를 안고 흔들리고 싶어.

재즈를 연주하는 트럼펫 악사는 눈을 감아 준다.

 

몰려오는 아침안개의 무수한 알 속에 바다가 꿈틀 거린다.

지나는 새가 톡톡 터트려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