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시
소금벌레 - 박성우 시인님
즐팅이
2014. 3. 15. 22:04
소금벌레
- 박성우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 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땐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 모은다
땀 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트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할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대산염전의 늙은 소금벌레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