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문학상 시조 우수상 작 -[배웅] 조경선(조각) 시인님
조경선(조각) 시인
배웅
아버지 묻고 내려가는데 헛기침 들린다
돌아보니 노인 하나 웅크리고 앉아서
맨살의 마른 알몸을 붉은 노을에 씻고 있다
임종을 혼자 지켰다는 듯 귀신새가 운다
유언을 토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쏟아낸 암 덩어리 움켜쥐고 한 사내 저물었다
저 북쪽 어딘가에서 봄꽃이 다시 피고
30대의 모습 그대로 어머니가 손짓한다
먼 곳이 반세기 만에 가까운 곳 되려한다
못난 아들 발걸음이 팍팍하게 무너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들꽃의 처연이 깊다
그 어떤 설움으로도 배웅이 될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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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달의 법칙
눅눅한 당신이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급하게 생긴 균열 구름이 덮고 지난다
그림자 끝나는 곳에 낯선 풍경 세워지고
목구멍 아래 눌려있던 울음이 꿈틀거린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모서리가
남몰래 자지러진다 옆구리가 서럽다
한발 옮기자 축축한 돌멩이가 밟힌다
두렵지 않다고 주문을 외워야 한다
양달과 응달의 경계가 짧고 강렬하다
어두운 곳에 처음 들어서면 까마득하다
그러다 아린 그늘이 몸 안에 스며들면
우둔한 내가 보인다 무엇도 될 수 없는,
일정하게 좁혀왔다가 일정하게 늘어나는 건
그늘만은 아니라 슬픔의 총량이다
오늘은 응달이 국경이다 발목이 자꾸 저린다
증언
6인실 안쪽 침대 위에 리모콘이 앉아 있다
채널을 두고 싸우던 최씨는 오지 않고
김씨는 끝끝내 울음을 토하고 말았다
9시 뉴스와 드라마 사이 다툼이 흘렀고
가족도 하나 없이 핀잔으로 떠돌던
고집의 주파수들이 그들은 맞지 않았다
먼저 가면 어떡해! 이 썩을 영감탱이
위를 70% 잘라내고도 의기가 양양했는데
울분이 급성으로 번져 넘치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