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두 노인의 고요

즐팅이 2013. 4. 2. 00:25

 

리토피아 2011년 겨울호 - 신작특선

 

두 노인의 고요

 

 

잇몸이 내려앉아 읍내 치과에 갔다. 와서는 우리집 노인 끙끙 거리며 한잠에 들었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 물결무늬 뚜렷하다.

 

둑이 내려 앉아 보수공사 예정이라는 푯말이 둑 밑에 꽂혀 있다. 저수지는 마을을 베고 낮잠 중이다. 산그늘 내려 깔고 수련까지 끌어다 덮었다. 털털거리며 경운기 지나고, 저수지가 얼결에 뱉는 잠꼬대, 흰 새 두 마리 훌쩍 날아오른다.

 

저수지는 우물보다 더 깊어 사람을 유혹했다.

횃불을 들고 마을 사람들이 저수지로 몰려가던 밤이 지나고

부셔, 부셔, 곡괭이로 둑을 내리치며 울부짖던 광배아저씨.

 

품은 여인을 돌려달라고 무당을 불러 굿을 했다.

술 안 먹을 테니, 때리지 않을 테니, 고만 돌아오라고,

미안타, 미안타, 광배아저씨는 빌고 빌었다.

며칠 후, 참말로 대답하듯 물풀을 친친 감고 여인, 돌아왔다.

쫓아내는 어른들 틈에서 아이들은 물음표를 하나씩 물고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