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팅이
2019. 3. 16. 23:52
괄호
((((((괄호를 치며 걷는다 나의 사랑스런 감옥
그날, 새로 생긴 가족들 앞에서 엄마가 나를 어디에 앉혀야 할지 쩔쩔 맬 때, 이상하게 발이 부끄러웠다 불필요하게 누군가를 닮아 있구나
괄호는 도착하는 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
닫히지 않고 왼쪽으로만 자꾸 늘어나서 되돌아갈 수 없다 나는 걸어서 나이를 먹는다 한 살 두 살 스무 살
뒤쪽엔 기분이 너무나 많다
오늘 죄다 쏟아낼 것 같은 기분, 누구랑 할까
숨을 쉬면 협상이 번식한다 도착지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비밀, 원조와 원조 사이 당신들은 서 있고 목소리는 누워 있다
괄호가 닫히기 전에
누군가 오래된 직립을 쓰러트리면 나는 기쁠까 슬플까
득실거리는 눈, 눈, 눈,……,……)
----열린시학 2019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