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고이 꾸온(Gỏi cuốn)
즐팅이
2019. 5. 28. 16:15
고이 꾸온(Gỏi cuốn)*
여자가 앞치마를 벗어 접으면 비둘기 떼가 함께 접히곤 했다 한 주먹 쌀알 앞에서 머뭇머뭇 떨어지는 깃털들, 차오르던 감정들
밥집의 오후 3시는 주문 끊기는 일이 허다하고
하늘 끝이 텁텁해서
비행기는 날고 한 번 더 날고 끝내 또 날아가서
오늘은 잘 발효된 느억 맘(Nuoc Mam)**냄새가 서쪽에서 몰려온다고 상상하고 있을까
여자의 엄마가 창가에 앉아 투명하고 말랑한 반짱 속에 말아 넣던 건 야채와 돼지고기와 쌀국수와 아버지의 억척스러운 입맛이었을 거다
여자는 서로 날짜가 다른 국경을 생각했다 넘을 수 없고 넘어올 수 없는 체감, 붉은 눈시울을 불러왔다
비둘기들은 발이 제일 예쁜데, 배를 채운 채 죄다 날아가 버리고 반경 안엔 적막한 햇살만 남는다
이방인 식당에 이방인이 몰려들어온다
* 베트남 음식(Vietnamese spring roll 월남쌈)
** 생선 소스
시와 소금 2019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