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풍랑주의보
즐팅이
2013. 4. 4. 23:49
애지 2012년 가을호/학산문학 2012년 가을
풍랑주의보
환장하게 탱탱한 꽃들 때문인지
빗소리 때문인지
바람이 오고 가서인지
그대가 온다고 해서인지
심해深海로 가지 못한 잠이 뒤척인다. 가방 속 고래가 지느러미를 뒤척인다. 내일은 드르니항에서 배를 한 척 빌려야지. 황해로 나가야겠구나. 고래를 꺼내 고래의 언어로 인사해야지. 안녕 고래야.
잠이 빗소리 사이사이로 내린다. 잠이 꽃잎 사이사이로 눕는다. 고래를 따라 심해深海로 헤엄쳐 간다. 고래가 고개를 돌리는데 잊어버린 나의 얼굴이 달려있다. 심해深海에서는 인간의 언어로 인사해야지. 안녕 고래야.
여전히 그대는 온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