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깃든 50가지 문양

▣ 결핍이라는 광장-백기사 증후군 White Knight Syndrome

즐팅이 2021. 4. 28. 16:49

https://brunch.co.kr/@409df49623e14de/30

 

▣ 백기사 증후군 White Knight Syndrome

 

 

‘백기사 증후군 White Knight Syndrome’을 대하는 순간,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대다수 부모들은 자식에게 대가 없이 순수하게 베푸는 백기사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백기사는 과거에 상실감, 버림받음, 정신적 외상, 짝사랑을 경험한 경우가 많은, 이들 중 다수는 자신을 돌보던 양육자에게서 정신적 또는 육체적 고통을 받아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백기사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구원자가 되어야 한다는 고질적 의무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상대를 구원하면서 자신의 상처 받은 자아를 치유하려는 일련의 무의식적인 과정이라는군요. 백기사는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 없이 자신의 열정, 감성, 취약함을 느껴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고도 자기 파괴적인 일이지만, 상처를 받지 않는 경우는 자기보다 힘이 약해 보이는 상대와 있을 때뿐 이랍니다. 이 방식은 정상적인 관계 형성이 아니기 때문에 어렸을 때 생긴 상처를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 상처를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는군요.

 

 

 

 

 

아버지는 못을 잘 다루는 천하제일의 대목장이다

 

어머니는 대가리가 작아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양끝못이다

 

오빠는 대가리가 밋밋한 민짜못이다

 

언니는 성깔 있는 가시 못이다

 

동생은 살살 돌려야 빠지는 나사못이다

 

나는 몸이 두 갈래로 짜개져서 박히는 짜개못이다

 

키가 큰 건넛마을 오촌 당숙은 길이가 한 자쯤 되는 척정尺釘이다

 

달포가 지났는데 품삯을 안주는 옆집 아저씨는 이중머리못이다 

 

함께 일하는 최 씨 아저씨는 성질이 괴팍스럽고 꼬부장한 갈고리못이다

 

아버지에게 잘 빠지지 않는 가난은 비녀못이다

 

노루발장도리만 들면 빼내지 못할 못이 없는

천하제일의 대목장이인 아버지, 가슴에 박힌 못 들은 빼지 못한다

- 김네잎, 「못」전문.

 

 

 "천하제일의 대목장이인 아버지"의 희생으로 화자의 가족은 생계를 유지했겠지요.  "노루발장도리만 들면 빼내지 못할 못이 없"지만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자신의 "가슴에 박힌 못 들은 빼지 못"하는 아버지, 하지만 화자인 딸에게 이 아버지는 천하제일의 백기사겠죠.

 

 메리 라미아∙매릴린 크리거의『백기사 신드롬』에  의하면, 백기사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균형 잡힌 백기사’ , ‘감정이입이 지나친 백기사’, ‘비뚤어진 백기사’, ‘무서운 백기사’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균형 잡힌 백기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심에 의한 구원자를 칭합니다.  ‘감정이입이 지나친 백기사’는 상대의 감정을 부풀려 인식하며, 상대와의 관계가 행복하진 않지만, 상대에게 고통을 유발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행동을 하느니 차라리 내가 불행하게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죄의식과 감정이입에 갇힌 채 관계를 지속한다는군요. ‘비뚤어진 백기사’는 구원이 필요한 사람을 상대로 삼아 그를 구원해 주고 자신의 무력감을 숨긴답니다. 이들의 구원 행위는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도 한답니다. 자기 잘못에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상대를 비판하며,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하려 들지 않음으로써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무력감을 상대에게 심어놓는다고 해요. ‘무서운 백기사’는 무력감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며, 수치심과 나약함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비뚤어진 백기사의 경우보다 훨씬 격렬하답니다. 내면이 혼란스러운 이 백기사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고, 상대 곁에 머물고, 버림받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이때 상대를 신체적∙감정적으로 통제하는 방법도 곧잘 동원한답니다.

 

백기사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애정 결핍으로 누군가에게 강박적으로 베풀지만 그 대가로 사랑을 갈구하는 이기적인 구원자입니다. 

 

혹시 나도? 

 

지금부터 ‘나’를 돌보는 '나'의 백기사는 ‘나’입니다.

 

 

▣ 참고 문헌

1) 메리 라미아∙매릴린 크리거, 『백기사 신드롬』, 2009, 미래인, p19. p36. p41. p152. p192.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