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싱잉볼(singing bowl)
즐팅이
2022. 1. 3. 02:37
싱잉볼(singing bowl)
간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 거짓말은
따뜻한 이웃에게로 번집니다
비가 내리고
소리도 자국을 남기죠
그 사람은 나조차 들은 적 없는 내 목소리를 찾아 잠 속까지 뒤져요
집요하게
열려 있는
무수히 많은 문을 열다가 누군가 떨어질 줄 모르고,
쉽게 깨지죠
그때마다 구석구석 쓸어 담지만
늘 뭔가 하나씩 잃어버려요
나는 파열 말고 떨림만을 사랑하는데
그럴듯한 꽃무늬 접시처럼 부활하죠
거짓말을 모르는 것처럼
지겹게 비는 계속되고
비를 벗어난 빗방울처럼
저 문을 박차고 나서는 마음이 있습니다
몸은 마음 없이 남겨졌습니다
눈을 감으세요, 누군가 말해서
나는 드디어 울기 시작합니다
<시와편견> 2021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