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외상사절
즐팅이
2022. 1. 3. 02:42
외상사절
대룡시장 앞 정ㅠ장 ㄹ은 어디가고 ㅠ닮은 평상만 남아
파도소리만 앉았다 간다
점방집 주인 숙이 할매는 어디로 갔나
머리에 구르프를 돌돌 말고
점 10원 민화투를 치던
300원을 잃었다고 엉덩이를 들썩이다
구멍 난 몸뻬를 들키고도 판을 엎던……,
열세 번째 절기 속으로 사라졌나
입만 열면 아들 딸 손자 며느리 사위 자랑에
모노드라마를 찍던, 아니 재방송하던
그 입심 좋은 연백댁은 어디로 사라졌나
담배나 막걸리 사러 온 노인보다
더 많이 북적거리던 파리를 쫒으며
어서오시겨!
목청 하나만은 부녀회장감이던
케이티 유플러스 에스케이가 뭔진 몰라도
하루 다섯 번 오는 버스시간이나
아침 드라마 주인공, 물건값만은 술술 외우던
속보나 비보나 낭보도 파는 물건처럼 쌓아놓고
정ㅠ장 지붕 아래로 들어선 베트남 새댁에게까지 팔아버리던
손님보다 먼저 너울성 파도가 오고 비바람이 불어도
마누라 패던 최 씨 찾아와 술주정을 부려도
짱짱하던 그 억척 어디로 무너졌나
요양원과 응급실에는 없는 ‘ㄹ’이 장례식장엔 있을까?
‘외상사절’ 문구만 남은 유리문 아래서 사람들은
갚아야 할 게 외상만은 아니라고 웅얼거렸다
<홀로 있어도 눈부신: 인천작가회의 2021 신작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