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명함
- 김명남
아버지가 명함을 새겨 오셨다. 밤새 어머니는 꼴난 주제에 무슨 명함이냐고 지겹도록 퍼부었다
순전히 농사만으론 자식들 공부 가르치는 게 힘들어
아버지는 막노동판에서 품을 팔았다
미장이 방수쟁이
어느 해부턴가 달력에 아버지는 매일 숫자를 써놓고 계셨다
1.0...... 1.0...... 1.0...... 1.0......1.0......
그러다가 어느 날은
1.5라는 숫자를 적으셨다
그 날은 야근을 한 날이었다
중학교에 갓 들어간 봄날, 하교길이었다
학교 근처 공사장에서
아버지가 일하고 있기에
같이 가는 반 친구한테 우리 아버지 저기 있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공사장에 있는 당신의 모습을
내 친구들에게 보이지 말라고 하셨다
그로부터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명함 하나 새겨 오셨다
구정방수 김복기
(0391)644 - 7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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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숱한 세월 동안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집을 가슴 속에서 지으며 살아 오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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