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장단 붙여라, 개구리!
길구경 가자
냉이 꽃대궁 기어오르는 무당벌레를 만나야지
저녁놀 지는 진사리 벌판에서 맘보춤을 춰야지
바다에 가야지
소싸움도 보러 가고
천년을 서 있는 나무와 손인사 나누러 달려가야지
맞잡고 맞장구치며 즐거운 수다를 나눠야지
내가 나인 것이 슬프지 않을 때까지
내가 나를 말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더 많이 외로워지고
더 많이 흔들리면서
진짜 시를 써야지
진짜 시인이 되어야지
2013년 1월
장이엽
삐뚤어질 테다
장이엽
나는 늘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었다.
한 때는 오줌싸개여서
한 때는 아버지가 목수여서
한 때는 키가 작아서 자만할 수 없었다.
한 때는 초라한 내 행색에 주눅이 들고
한 때는 마른 얼굴의 광대뼈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돌리기도 했었다.
좋은 것 아홉 가지를 합해도
모자라는 하나를 당할 재간이 없었던 그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기 시작한 그때부터
나는 기울어졌을 것이다.
기울어진 내가 비탈에 선 나무가 되려 한다.
비대칭의 균형을 선택하기로 한 나무.
삐뚤어지게 앉아 바람길을 열어주고
삐뚤어지게 엎드려 진달래뿌리와 손가락 걸고
삐뚤어지게 누워 잎사귀를 흔들어주면
구석구석 골고루 햇빛 비쳐들 터이다.
잔가지 사이사이로 주먹별이 내려올 터이다.
모난 돌이 돌탑을 받쳐주듯
나를 고여 주는 삐뚤어진 생각의 작대기 두드리며
삐뚤어지게 뛰어가 시를 부르고
삐뚤어지게 서서 밀어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