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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우중雨中의 광장

by 즐팅이 2015. 9. 5.

 

 


 우중雨中의 광장

                         



  광장은 사라지기에 가장 좋은 시간을 가졌다
  말들이 사라지고 빗소리가 범람하는 광장
  물웅덩이에 떠있는 꽃잎은 비언어적인 기호
  광장을 횡단하는 동안 우리의 등은
  오그라들었고
  광장의 끝을 벗어나는 동안 우리의 이마에서는
  촉수가 돋아났다
  서로의 귀에 입술을 대어보고 우리는
  투명 우산 속 우리가
  광장을 횡단하는 데 전 생애를 소비한
  와우蝸牛 종이라는 사실과
  연체의 감정으로 벗어나는 일조차
  태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느리게 놀란다
  달팽이의 족적처럼 외로운 것을 본 적이 있니?
  우산 속 우리가
  자웅동체라고?
  너는 왼쪽에 비밀을 만들고
  나는 오른쪽에 암호를 숨기는데

  구름이 광장을 지배하는 날만 계속되었다
  구름 속엔 죽은 목소리들이 떠돌고
  우리는 우리라는 껍질을 완전히 벗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5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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