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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시를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측량

by 즐팅이 2025. 6. 27.

측량
 
 
 
측량사가 의뢰서를 들고 찾아왔다 그는 죽기 전 습관을 잊지 못한 것 같다 연신 땀을 닦는다 여기는 날씨가 구현되지 않는 꿈속인데, 그는 이곳과 저곳의 사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감정의 곡률 보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일은 매우 정확해야 하니까 정밀한 측지기구를 가지고 다시 오겠다며 돌아서는데 나는 오래 죽어 있어서 입이 없다
 
차안과 피안은 서로의 범위 바깥에 있다
이미 없는 난데
 
좌표에 표시되지 않는 두 지점
나는 과거였고, 내 기억은 먼 훗날에 태어날 미래였다
 
내내 기다리는 자세로 측량사가 작성한 도면을 보고 있다 그는 이제 땀을 닦지 않고 여기에 적당히 적응한 것 같다 그는 나의 요청대로 북극성 옆을 지표로 삼았다며 재차 이곳과 저곳의 차이를 확인시켜줬다
 
나는 끝까지 죽은 사람이구나
한 채의 집이 완성된다
 
나의 고독한 기록이 나의 고독한 뼈를 만진다
 
계간 작가들 202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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