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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구르는 오디오 1 - 손택수 시인님

by 즐팅이 2013. 8. 25.

 

 

구르는 오디오 1

                         - 손택수

 

 

자전거의 이름을 오디오라 지었다

오디오를 갖지 못한 서운함을 이름으로나마 달래보자는 뜻이다.

 

나의 오디오는 단칸방에 살던 어머니의

대형 거울과 같은 것,

거울 속으로나마 방을 터놓고 사는 자의 지혜를 누가

남루라 할 것인가

 

남루라면 그건 좀 향긋해서

향긋한 만큼 알릿하기도 하여서

 

벼르고 벼르던 오디오 대신

출퇴근용 자전거를 장만한 이후부터다

나의 음악은 모래알 구르는 소리 속에도 있어

온몸을 귀처럼 말아 구부리게 한다

 

내 가난한 아비의 잔등처럼 드러누운 땅의 굴곡을 따라

돌아가는 바퀴 밑에서 풀어져나오는 악보,

한강 어딘가에서는 아직 쓱싹쓱싹 강을 써는 모랱톱 연주가 있으니

톱니를 드러낸 낙엽에게도 체인을 감아 나이테 트랙을 따라 달릴 날이 곧 오리라

 

꽉 막힌 자유로 옆

풀숲 너머 새들을 쏘아올리며

오늘도 돌아가는 나의 턴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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