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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블랙스완

by 즐팅이 2020. 2. 24.


블랙스완

 

 


객석에 앉아 내가 보고 있는 건


어쩌면 내 발끝

 

얘야, 무릎을 구부려라

누가 두 번째 백조인지 질문하지 마렴

감촉과 촉감처럼 어감의 차이를 알려 하지 말고

최후의 나머지로만 남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마라

 

생생한

 

마주르카 춤곡과

네거리에서 멈추지 않던 질주와

서늘했던 아스팔트의 고집이

내 발목을 친친 휘감는데

엄습하는 환상통, 마치 발가락이 있는 것처럼

 

무희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탄성

고요한 도약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발레화를 벗지 못하는데

 

내가 산 꽃다발을 내가 안고

빈 발끝을 세워본다

무대 위 너처럼


-리토피아 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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