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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늑대

by 즐팅이 2017. 1. 27.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늑대



구름이 달의 목을 조르는 현장을 보고야 말았다

 

짐승을 낚아챈 날카로운 눈빛이 사라진 숲에는 잠귀 밝은 나무 몇이 새소리를 부풀린다

 

새벽은 스스로 밤을 가르고 나온다

 

적막한 눈꺼풀을 열고 당신을 본다 당신은 벼린 달빛 한 조각을 내 손에 쥐어준 적 있다 자꾸 배가 부풀어 올랐다

 

늑대를 닮은 아기들은 아기 양처럼 숨지 않을 거야

 

끝내 송곳니를 버리지 못한 당신, 나는 새벽마다 탯줄을 묻고 붉은 손을 씻는다 그러니까 오늘의 사산아는 내 아이가 아니다

 

어둠의 아가미에서 흘러나오는 안개가 제 꼬리를 삼키고 있다


시사사  86.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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