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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내민 시[발표작]

천변의 잠

by 즐팅이 2017. 1. 27.


천변의 잠

 

내 얼굴은 어디로 잠적했을까?

냇물이 그린 나의 몽타주는 나를 닮지 않았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세 번째 계단 밑에 앉아

수초를 흉내 내며 졸았던 것 같다

 

산책자들이

안거나

안기거나

손을 잡는 방법으로 천변을 구성할 때

냇물 속 모든 투명이 외로워서 흐물거릴 때

달아날 수 없던 꽃들이

내 발등에 기대고 잠들었던 것 같다

 

산책자들이

둘이거나

셋이거나

손을 잡는 방법으로 천변을 지날 때

냇물은 산책자들과 무관한 표정이 되고

 

늪을 향해 나 혼자만 졸음처럼 흘렀던 것일까?

저렇게 무늬 없는 여자를 내 안에 던져놓고


시사사  86.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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